컴퓨터 앞에 앉아서

굳이 지난 이사 계약서를 꺼내어 보고, 지난 이사 날의 추억을 되감아 봅니다.

20년 5월 21일이었네요.

https://www.yes2424.com/sub05/sub05_2_5.asp?pg=8&board_sn=201814

엄청 감동 받고 영혼을 불살라 썼던 지라, 한 줄 한 줄에 그날의 이사에 대한 애정을 꾹꾹 눌러 담았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 2424 후기, 바로 타이핑을 시작하지 못한 채 하루 동안 고민을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글의 방향을 정하지 못했기도 했고, 탑클래스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저번에 있었기에 

익숙함과 편안함은 늘었지만, 신기하진 않게 되어버려, 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링크의 글이 다분히 감성 충만한 상태였다면, 이번엔 좀 더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예전 709와의 인연으로, 성팀장님을 보고 이 팀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골랐어요.

좋은 이사가 무엇인지 한번 경험해 보면, 팀을 선택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고민과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니까요.

이제 기억 속 709 팀은 없지만, 경기남부 1타라는 498팀과 성팀장님이 합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두 번 여쭤보지도 않고 부탁드렸던 것은 성팀장님에 대한 제 믿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498팀, 노현수 실장님을 비롯해서 총 7분의 이사 전문가와 함께 한 이사

제 부족한 글솜씨로는, 성팀장님에 대한 팬심을 떠나, 7분 모두의 땀을 설명할 길이 없어 

말을 고르고 골라 봅니다.

부모님의 품을 떠난 이후, 7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주민등록을 기존 주소까지 다 떼어보면 30개의 주소지가 나와요.

그럼에도 늘 이사 할 때면 걱정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좋은 팀을 찾게 됩니다.

이사가 인생의 몇 안되는 경험이신 분들은 말씀하십니다.

어차피 남의 손 타면 똑같다고, 내가 다시 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쓸데없이 돈 낭비하지 말라고.

이름 있는 팀 그거 다 거품이라고 괜히 돈 더 주지 말라고.

제 견적을 이야기하면 미쳤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아무리 8톤에서 10톤으로 짐이 늘었다고 하지만, 2년 만에 이사 단가가 백만원 넘게 비싸졌어도

"당초 예상한 가격보다 비싸긴 합니다만, 그만큼 더 잘해주시기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씀 드린 뒤 

그 자리에서 계약금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다른 그 어느 곳에서도 견적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예산보다 50만원 더 비쌌어요...ㅜ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이 글을 보시는 분께서, 굳이 이사의 후기를, 그것도 2424에서 제일 비싼 명예의 전당을,

그 중에서도 10년 넘게 경기 남부 최강이라 불리는 1타 이사 498 팀을 찾아보시는 분들이라면

그저 싸기만 한 물품이동대행서비스를 찾는 게 아니실 거라는 생각 때문이고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니까, 진정성을 담을 수 있다고,

그냥 광고성 후기 글이 아니라는 걸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MBTI의 J라면, 이사를 위해 수도 없이 많은 변수를 앞에 두고 정말 많은 시나리오를 뽑아야 합니다.

큰 돈이 움직이고, 모든 집기가 이동하며, 새로운 곳에 정착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 모든 일들은 당일에 이루어져야 하죠.

심지어 저희처럼, 애가 둘이면 한 사람은 아예 이사 전선에서 배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동산도 가야하고, 주민센터도 가야하고, 행정업무에 신고에 등록에 할 일이 많습니다.

그 와중에 어떤 물건은 어디로 가야하고, 수납장의 구조도 바뀌고 이사를 이유로 마침 가구나 가전을 바꾸기도 하면

보통 정신없는게 아니죠.

MBTI의 P여도, 이 모든 변수에 다 대응할 능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큰 틀에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다간, 다음번 이사날까지도 어떻게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살게 되죠.

그래서,

다시 한 번 좋은 팀을 찾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팀은

1. 호흡과 손발이 잘 맞으면서도 완벽하게 분업화 되어 동선이 겹치지도 꼬이지도 말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는 체계 잡힌 시스템 

2.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모든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

3. 그리고 그 대응이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완결성

4. 고객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최적의 대안을 제안하는 솔루션

5.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서 싫은 기색 하나도 없는 친절함과 상냥함

4인 가족이라기엔 과하게 짐이 많고(10톤?!), 이동거리가 경기도를 벗어나 편도 70km 정도의 중장거리 이사인데다가,

하필 비도 오는 상황, 결정적으로 신축 -> 구축 이동이라 상상을 초월하도록 수납력이 부족한 상황.

저희 집은 이보다 더 나쁘기도 쉽지 않은, 어지간하면 선택 당하고 싶지 않은 현장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가 오니, 방수포가 올라옵니다.

안그래도 짐이 많은데 한번에 실을 수 있는 짐의 수가 현격하게 줄었습니다.

아마 일반적인 포장이사였으면, 이삿짐이 젖는건 어쩔 수 없고 모포로 덮고 일단 올려놓은 뒤 닦는 방법을 택하겠지만

노실장님께서는 비옷을 꺼내 입으시고는, 본인이 젖는 것을 대신 택하시더군요.

저 차양막을 넘어가는 크기의 물건을 올리는 대신, 사다리 운행 횟수를 늘리는 것으로

몇번이고 몇번이고 고작 하나 두 개 가구만이 올라오게 됩니다.

당연히 작업 속도는 느려지는데, 이를 커버하는게 팀원 수와 팀웍이지 싶습니다.

일단 아무리 일기예보에 비라고 하지만 33평 이사에 어느 팀이 7명이나 옵니까... 

오가다가 부딪히지 않으면 다행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웃으시는 분들이셨습니다.

아까 제가 언급했던 좋은 팀의 조건인거죠.

와이프가 아까 그런 말을 했습니다.

"확실히 좋은 팀 분들은.... 기꺼이 부탁을 들어주시는 분들인거 같아.

 예정에 없는걸 요청드려도, 한번쯤 다른 말씀 하실법도 한데 그런게 없네. 저번에도, 이번에도."

이건 정말 큰 강점입니다.

땀 뻘뻘 흘리면서 제 물건을 옮겨주시는 분들께

이건 여기보다 저기가 좋을거 같아요...

이건 놓아보니 이쪽이랑 잘 안어울리겠어요...

말 꺼내는게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제가 잘 했으면 두번 일 안하셔도 됐을테니까요.

심지어 노실장님과 처음에 계약당시 나누었던 이야기에 비해

생각보다 많은게 달라졌고, 화 내실 법도 한데 

"아 오늘 저희 서비스가 많아져버렸어요!ㅎ" 하고 웃어버리시는 모습이

이 팀을 꾸리는 동력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장은 원래 책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저 구성과 배치는

오롯이 498팀의 센스인 거예요.

혹시 이 장을 채우실 계획이 어떻게 되시냐는 질문에, 지금부터 생각해보겠다고 했고,

전입신고를 마치고 돌아와보니 이런 안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하루 지나서 바뀐 거라곤, 쌀이 베란다로 쫓겨난 것 정도일 뿐, 그냥 저대로 쓸 듯 합니다.

생각보다 손이 가는대로 놓여져 있어서 금새 익숙해 질 것 같아요.

마치 스티브 잡스와 조나단 아이브가 아이폰을 처음 개발하면서

별다른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쓸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듯이

주방 수납을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정리했는지

한번의 브리핑만으로 직관적인 이해가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윗사람에게 이쁨받는 직원이 되기 위해 고민하다 

제가 내린 결론은, 처음부터 "이거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묻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고민한 초안을 들고 가고, 플랜 B를 만들어 놓고, 

"저는 A라고 생각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B도 괜찮을 것 같은데, 검토를 부탁드립니다" 라는게

제가 일터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고

498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본적인 셋팅을 하고, 안을 만드신 뒤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배치해 보았는데, 

혹시 자주 쓰시는 물건이 이게 아니실까요? 그러면 뒷줄이랑 자리 바꿔드리면 더 편하실 거 같아서요."

저희 부부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이거예요.

"놓아주신 대로 계속 쓸게요."

 저 옆 벽면이... 정말 말도 안되게, 한숨 나오게 지저분했었습니다. 

 아니 사실 이 집 자체가 전에 사시던 분이 너무 험하게 쓰셔서, 말도 안되는 하자가 많긴 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 벽에는 양면테이프와 찍찍이와 오물들이 트리니티의 조화를 이루며 뒤덮고 있었는지

 처음 보면서 두통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세 분의 이사전문가들께서 달라붙어 헤라와 철수세미로 벽을 한참동안 박박 닦고 계셨어요.

 일하는데 방해되실까 차마 사진도 못찍고 멀찍이서 조용히 보고 있는데, 힘주며 하는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아 여긴 내가 와야만 했던 집이었어... 나 하나 희생해서 이 집이 깨끗해 질 수 있다면...!"

 아 정말 성팀장님 당신은 도덕책....

발소리만 들려도 제가 뭔가 필요한게 있나 싶어서 고개 돌려 관심 가져 주시고 반응해주셔서

후기는 남기고 싶고 멀리서 조용히 사진을 찍게 되는데

이분은 정말 모든 옷을 다 펴서 새로이 각을 맞춰 접어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저번 후기에서도 남겼지만

정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만들어 주십니다.

제가 옷이 많이 많은 편인데 

이 숨막히는 라인업을 보면 희열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기만 그럴 거 같죠?

사실 이 정리의 끝은 서랍장, 특히 속옷 수납인데, 그건 공개된 게시판에는 차마 못 보여 드리겠어서

직접 경험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이렇게 이사를 하면,

저는 의사결정권자가 됩니다.

뭐가 어디에 갈 지, 거기에 못 갔을 때 어떻게 할 지,

실 측 치수가 240인데 구축이라 벽의 수평이 안 맞아 80 장 3개가 안 들어가는 상황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새로 산 수납장이 생각보다 작아 아이들 장난감이 다 안들어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 고민하고 있으면

그때 498팀에서 아이디어를 줍니다.

아마도 제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해 주시기에 먼저 말씀은 안주시던 것이었겠죠.

덕분에 저는 대안을 만들어 내어야 할 때는 적었고

대안 중에 선택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것이

좋은 팀을 골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러면,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에 쫓겨 "일단 거기다가 놔주세요"를 최소화 시킬 수 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정말 많고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삿짐센터 인부들이 다 돌아가고 난 뒤

혼자서 또는 둘이서 낑낑거리며 가구를 다시 옮기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신혼부부면야 상관없겠지만, 꼬맹이들 부모에겐 정말 재앙 같은 일이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 498의 대안은 다년간의 경험에서 나온 제안이다 보니

뭔가 서운하지만, 제 생각보다 낫긴 합니다. ㅎ

모든 짐이 다 올라오고, 마무리 점검을 마치고,

벽에 못을 박고 시계를 걸면 이사가 끝납니다.

트럭팀은 먼저 내려가시고, 노실장님과 정리 및 정산을 진행하는 데

성팀장님이 안나오시는겁니다.

그 전에 발코니에 발판을 깔아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그게 배치가 제 생각과 조금 달라 말씀드렸더니

이미 해가 다 진 20:30에 그 발판을 새로 깔고 계셨습니다.

 기존에는 흰색이 앞이고 갈색이 뒤였는데

 굳이 그걸 또 격자무니로 

 굳이 오와 열을 맞춰서.

 그냥 물 빠지는 앞에 두 칸 위에도 덮힌게 마음에 걸렸을 뿐인데

 그러면 두 칸만큼만 떼서 맨 뒤로 보내면 편했을텐데

 굳이 그걸 다 뜯어서 처음부터 새로 다시 배치를.

 그런데 성팀장님 뿐 아니라

 498 팀원분들 모두가 다 그렇습니다.

 한 칸만 수평을 맞춘 뒤 시스템 수납장을 조립하면 될텐데

 그걸 굳이, 모든 칸들을 다 수평 맞추고 높이 맞추고 연결하는

 청소업체도 아닌 이삿짐업체인데, 화장실 실리콘에 핀 작은 곰팡이를 못 넘기고 

 굳이 위에 락스를 뿌린 뒤 휴지를 붙여두는

 비가 오면 모포 같은걸로 적당히 가구 위를 덮어서 나르면 될 것을

 굳이 전체 포장을 한 뒤 방수포 씌운 사다리차에 하나씩 넣어서 올리는

 주방 벽의 양면테이프 자국을 굳이 떼야 하고, 싱크볼을 굳이 광나게 닦아야 하고

 바닥에 약품을 아낌없이 써가며 닦고도 모자라 스팀청소까지 한 뒤 굳이 마대포로 한번 더 밀어야 하는

 옷 한 벌 한 벌을 하나같이 다 펴서 각 잡아서 개어

 굳이 종류별로 모양별로 색깔별로 쌓아야 하는

 적당히 유리잔 와인잔 머그컵 종류별로 놔도 되는 것을

 굳이 어떤 음료 많이 마시는지 묻고 와인잔을 깊숙히 언더락잔을 맨 앞에 꺼내놔야 하는

 498팀은, 그런 팀입니다.

 굳이, 그걸, 그렇게까지 하며 07시 반부터 20시 반까지 13시간동안 하신 고생이 있기에

 계약된 이사비와는 별도로 저 역시 굳이 3시간 넘게 컴퓨터 앞에서 타이핑을 치고 있는 거겠지요.

 이사라는게,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2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일이다보니

 같은 사람을 또 만나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걸로 감사함을 표할 수 밖에 없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단골이 되고 싶지만, 당분간은 이용할 수 없을테니까요.

 그래도 가능하다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다음 이사때도

 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 글로 인해

 어느 팀을 선택할까 고민하시는 누군가에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소심하게 기대해 봅니다.

 덕분에 편안히 잘 왔습니다.

 감사합니다.